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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신문 칼럼 9월 첫째주: 부전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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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새날
댓글 0건 조회 3,518회 작성일 08-09-0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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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부전 자전 
이천영 : 광주 새날학교 교장 
기사 게재일 : 2008.09.02 
 
 
일전에 아내와 작은 말다툼이 있었다. 이유인즉, 언제까지 남만 돕고 살겠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필자는 매일 새벽 4시 정도 일어나 센터로 간다. 노숙자쉼터처럼 여기저기 잠들어있는 오갈데 없는 외국인들을 둘러보고 행여나 사고의 위험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돌아와 출근을 준비하고 집을 나서는 시간이 7시10분, 그리고 귀가하면 보통 밤 10시, 11시다. 그래서인지 아내와 자녀들의 불평이 깊어만 가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돕다가 가정마저 놓칠까 두려워 진다. 게다가, 머리는 하나인데 생각은 두 가지, 세 가지를 해야 할 경우가 많다. 어쩌다 하는 일을 세다 보면 혼란을 겪는다.
전남여상 영어교사이기도하며, 새날학교교장, 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소장, 러시아어 통역도하고, 외국인근로자교회 목사도 해야 하니 정체성 또한 불분명하다. 그저 주신대로 감당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교사봉급을 쪼개어 이리저리 맞추다보니 집에서는 속된말로 ‘빵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아내의 불만은 깊어만 가는지도 모른다. 가정만은 지켜야 할 텐데! 뾰족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걱정이다. 만일 하루가 25 시간만 된다면, 가정에 1시간은 투자할 수 있을 텐데. 그러면 미안함은 덜 할 수 있으련만 하루 24시간이 너무 아쉽기 만하다.
게다가 많은 외국인이 도움을 요청하지만, 수업 중이라 애만 태우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곧장 달려간다. 만나면, 머리에서 기차소리가 난다, 이가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는 등, 가지각색의 고통을 호소하는가 하면, 체불임금, 구타, 산재처리 등 갖가지 상담이 줄을 잇는다. 일일이 돕다보니, 필자를 아는 사람의 고통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의사들은 아는 체 한번 한 것이 늦은 밤에 나와 치료해 주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삶을 되돌아보니 이는 부전자전처럼 느껴졌다. 아버지는 공동묘지 산지기였다. 늦은 밤 문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면 사람이 죽었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말없이 지게를 지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다음날 돌아와 하시는 말인즉 “너무 가난해, 관도 살 수 없어 가마니로 둘둘 말아 뒷산에 묻고 왔다”며 지게를 손질하고 계셨다. 어머니는 돈도 되지 않는 산지기 때려치우고 품이라도 팔으라 불평했지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굶어서, 행려병자로, 질병으로 버림받아 죽은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아버지 손길이 필요했다. 아버지는 아무런 보수도 없이 죽은 이들을 거두어 주셨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필자는 아버지를 따라다녔다.  때로는 무서웠지만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겠기에 땅을 파는 아버지 옆에 마냥 쪼구려 않아있었다. 사는 동안의 배고픔은 다 잊고,  저 세상에서나마 배불리 먹고 살라며, 소복이 담긴 밥그릇처럼 봉분을 만들어 토닥이는 아버지를 바라볼 때 따스함을 느꼈다. 이제 세월이 흘러 필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먼 훗날 아들이 이 마음을 이어 받기 원하기에 하나 밖에 없는 아들, 손목을 잡고 나서 볼 생각이다. 하지만 아내는 어떻게 생각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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