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신문칼럼 4월 4째주-이천영 > 보도자료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다름을 존중하며
서로를 사랑하는 새날인

SAENALSCHOOL

보도자료

사랑방신문칼럼 4월 4째주-이천영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새날
댓글 0건 조회 2,798회 작성일 08-04-22 14:15

본문

이천영 : 광주 새날학교 교장
기사 게재일 : 2008.04.22


일본의 전설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아들이 자라서 어떤 여자를 알게 되고 교제하다가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여자가 무서운 병에 걸렸다.

이 병은 시간을 다투는 병이었다. 더구나 병을 고치는 약은 매우 구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왜냐하면 산 사람의 간(肝)을 먹어야 낫는다는 병이었기 때문이다. 청년은 자기 애인을 살리려는 욕심에 그만 어머니를 살해하여 어머니 간을 꺼내 애인이 있는 곳으로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었다. 그때 빨리 뛰어 가고 있는 아들에게 어머니 혼이 나타나“얘야, 너무 빨리 뛰어가다가 넘어질라!”했다고 한다.

이야기인즉, 어머니의 사랑은 인간의 생각과 법을 초월한다는 뜻이다. 필자의 어머니는 이삭 줍는 여인이었다. 삶의 대부분을 품팔이와 이삭을 주으며 고단한 삶을 사셨다. 허기진 춘궁기에는 수확이 끝난 보리밭을 돌며 이삭을 줍고, 여름에는 강가에 나가 다슬기를 잡으셨다.

찬바람이 부는 가을이면 미나리 이삭을 줍기 위해 이웃집 미나리꽝을 넘나들었다. 비록 이삭이었지만 미나리 단을 묶는 솜씨가 좋아 장에 내다 팔면 쉬 팔렸다. 이것이 미웠는지 이웃집 아저씨는 이삭을 추스르지 못하게 똥물을 뿌렸다. 그러나 아무리 창피를 당해도 이삭줍기를 중단하지 않으셨다.

이유인즉, 아들에게 등록금은 못 줄지언정 차비와 점심값은 마련해 주시겠다며…. 어머니의 꿈은 아들이 대학 졸업하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 간절한 소망의 결과로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된 아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지난 세월의 아픔을 잊으셨다. 그러나 아들이 결혼하는 날 말없이 우셨다. 아들이 좋다기에 말릴 수 없다며….

그 후 며느리 눈치 보며 늘 눈물을 훔치셨다. 그런데 나이 들어 몸이 아프더니, 배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이제는 이가 아프단다. 결국 일년만에 생니를 다 뽑고 몇 개 남지 않은 이마저 빼 달란다. 어쩌면 아들에 대한 미움이 움텄는지 모른다. 바쁘다는 핑계로 찾아오지 않는 아들에 대한 미움이 치통으로 찾아왔는지 모른다.

며칠 전 둘째아들이 모시겠다하여 인천으로 떠 났다. “아들아! 죽는 날까지 너를 위해 기도하련다”말하며 나서는 길이 못내 서운한지 자꾸만 뒤돌아 보았고, 얼굴에는 지난 세월 고단한 삶의 흔적들이 훈장처럼 새겨져 있었다. 아마도, 필자가 살아온 삶의 모든 것이 어머니 기도의 산물일지 모른다. 하지만 마음만 아프게 한 것을 생각 하니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져 뒤돌아서고 말았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